내가 화분에 쌀뜨물 안 주는 이유

쌀뜨물이 식물 영양제로 좋다고 해서 한 번 줘봤다가 흙에서 썩는 냄새 나서 고생한적이 있다.(그래서 거실 창가에 뒀는데도 정말 한참동안 악취가 났었다.) 식물은 죽지 않고 나름 잘 자랐었지만 악취가 나면 실내에서 키울 수가 없다. (실외에서도 벌레 꼬이고 냄새가 나면 신경이 쓰이게 된다.)

난 그때 식물 초보였고(지금도 초보가 아닌 건 아니지만…) 그냥 식물이 찐하게 영양 먹으라고 상당히 진하게 많이 줬던게 문제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쌀뜨물은 그냥 음식물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것도 아주 잘 부패되는 음식물 쓰레기…

왕겨나 지푸라기, 또는 식물의 잎이나 줄기처럼 잘 썩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마르는 그런 종류가 아니고 딸기처럼 오래 놔두면 금방 냄새나고 썩고 변질되는 종류라는 것이다.

쌀뜨물을 주려면 화분의 흙의 미생물이나 분해생물들이 하루만에 다 분해를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아주아주아주 연하게 줘야 할 것이다. 또는 미리 미생물로 발효, 분해를 거쳐서 더는 부패가 일어나지 않고 식물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서 주거나 말이다.

그런데 정말 티도 안 나게 줄 거라면 도움이 되는지도 긴가민가 할 것이고 애초에 식물 초보는 그 티도 안 나는 양이 어느정도인지 감도 안 잡힐 것이다. 그래서 그냥 안 주는게 나은 것 같다.

그리고 관상용 식물이면 애초에 크게 욕심 안 부리고 정말 적게 주겠지만 고추나 토마토나 상추처럼 열매를 먹거나 잎을 뜯어서 먹는 식물이라면 어떻게든 빨리 잘 키워서 먹고 싶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다가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러면 이상한 거 말고 그냥 유기질 비료를 주면 될까? 난 유기질 비료라고 하는 것도 별로 신뢰가 안 간다.

유기질 비료를 줬다가 뿌리파리 생겨서 고생을 한 뒤로 (심지어 겨울이었음. 도대체 어디로 들어온 것이지?) 난 지렁이 분변토만 주고 있다. 유기질 비료라고 하는 것은 냄새를 맡아보면 똥냄새가 난다. 아직 완전히 부숙되지 않은 똥을 뭉쳐놓은 덩어리가 유기질 비료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현재 내가 식물에 영양분을 준다면 따로 통을 만들어서 흙 안에 유기질 비료든 음식물 쓰레기든 넣고 물 적당히 적시고 흙으로 잘 덮어서 제대로 부숙시킨 이후에 그 흙을 화분 위에 뿌려주거나 그 흙을 물에 타서 물 주듯이 줄 것 같다. (지렁이 분변토도 물에 타서 주기도 한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은 없다.)

또는 화분의 흙 속에 잘 묻어줘야 할텐데 그러자면 화분이 커야 한다. 그러니까 화학비료를 줄거면 또 모르겠는데 만약 화학비료를 안 줄 것이고 먹는 식물을 화분에서 키우고 있다면 화분이 크고 흙의 양이 많아야 되는 것 같다.

그래야 묻어주기도 편하고 잘못해서 음식물 쓰레기든 유기질 비료든 식물의 뿌리에 닿아서 식물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도 줄어들겠지. 또한 톡토기나 지렁이같은 분해생물이 많아야 화분에서 곰팡이가 생기거나 냄새가 나거나 썩거나 하는 것을 억제시켜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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