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리 내용 시작/
풀이든 벌레든 선점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고추 화분에 의도적으로 풀을 키웠다. (잔디)
그런데 고추가 크니까 풀이 양도 줄어들고 힘을 잃어버렸다.
고추의 뿌리가 흙을 선점했기 때문인 것 같다.
등각류랑 톡토기도 어떤 통에서는 톡토기가 많고 어떤 통에서는 등각류가 많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비슷하다.
물론 등각류가 크기가 크다보니 톡토기한테 피해를 입지는 않을테고 등각류가 차츰 늘어나면 톡토기가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경쟁관계의 생물들은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
오랜 기간동안 말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선점시키면 오랜 기간 그것이 유지되며 유지, 관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미정리 내용 끝/
나는 아주 큰 통에 식물을 키우고 있다. 그 안에 등각류도 넣어봤는데 내가 경험하고 본 것들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일단 위의 사진은 오래전에 찍었던 것인데 저 종류는 아마 지금은 내 화분에 없을 것이다. 딱 두마리만 샀었는데 그중에 한마리가 뒤집혀서 일어나지 못하고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등각류는 확실히 식물을 공격한다. 등각류 새끼들이 기어올라가서 콩잎을 엄청 갉아 먹더라.
또한 여린 잔디 새싹은 밑에 기둥을 뚝 끊어서 샐러드 통째로 씹어먹듯이 우걱우걱 먹는 것도 봤다. 하지만 아주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물론 등각류가 정말 아주아주 많다면 피해가 클수도 있겠지. 하지만 보통의 상황에서 등각류가 그정도로 늘어나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잔디가 조금 커서 딱딱해지면 등각류가 먹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위의 사진은 현재 통2(두번째로 만든 통)를 찍은 것인데 등각류가 득실득실 살고 있지만 잔디와 클로버들은 쌩쌩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누워있고 모양이 이상한 것은 식물등 때문일 수도 있고, 메인으로 키우는 애들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범위를 넓히면 내가 다 잘라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 사진에서 보일지 모르겠는데 앞에 콩잎이 있다. 다 죽어가고 있는데 그것은 등각류 때문이 아니고 등각류가 뜯어먹어도 나름 잘 컸었는데 내가 콩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 거의 다 정리해버렸기 때문이다.
아 한가지 생각난 건데 등각류가 수직 벽을 타지는 못한다. 하지만 식물은 잘 타더라. 그래서 식물이 키가 크면서 기울어져서 통 바깥으로 걸치면 그것을 타고 등각류들이 바깥으로 나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식물이 키가 자라서 통 바깥으로 걸치는 것 자체가 지저분해보여서 정리를 할수도 있지만, 안 할수도 있는 것인데 등각류를 키우면 필수적으로 정리를 해줘야만 한다.)
그래서 통의 테두리에는 잘라낸 잎이나 줄기, 지푸라기 같은 것들을 멀칭해서 되도록 식물들은 중간에서만 자라게 하고 있다. 그러다가 바깥으로 나올 정도까지 키가 크는게 있으면 그것만 잘라주는 것이다.
.
그리고 등각류들은 나름의 장점도 있다. 흙 위에 곰팡이 같은 것들이 생기면 다 먹어버려서 흙 위를 깔끔하게 관리해준다.(그런데 이건 톡토기로도 충분할 것 같다.)
또한 분해자라고 불리는 만큼 흙 위에 시든 잎이나 줄기를 버리면 등각류가 먹는다. 그런데 정말 딱딱한 줄기들은 톡토기든 등각류든 잘 안 먹더라.
등각류는 일반적인 크기의 등각류와 드워프화이트라는 정말 작은 등각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큰 애들은 땅을 파기도 하지만 거의 땅 위에서 활동하고 드워프화이트라는 소형 등각류는 땅속이든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아니 주로 땅 속에서만 활동한다고 표현하는게 더 적절할 것이다.
아무튼 급 결론을 내리자면 몸집이 큰 등각류들은 훌륭한 분해자이긴 하다. 하지만 굳이 그런 분해자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은 냄새 때문이든 날벌레 때문이든 땅 속에 묻어야 하기 때문에 큰 등각류들은 소용이 없다. 흙 위에 식물의 잎이나 줄기 같은 것을 분해하는 것은 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생물이나 톡톡이로도 충분하다.
거기다 앞에 말했듯이 등각류는 식물을 뜯어먹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안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등각류의 편을 들어주자면 진짜 과하게 식물을 막 뜯어 먹는 정도는 아니다.
고추 씨앗을 여러개 뿌려서 새싹이 나왔는데 정말 여리여리하고 다 죽어가는 애들은 잎을 뜯겨먹혔지만, 대부분의 새싹들은 뜯겨먹히지 않고 정상적으로 성장했다. 내가 식물을 키워보면서 느낀 것인데 뿌리응애든 뭐든 해충 때문에 식물이 약해지고 죽는게 아니고 약한 식물만을 그런 생물들이 공격하는 것 같다.
야외에 내가 키우는 고추나무가 두그루 있는데 노린재들이 초기에는 두그루 전부에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잘 큰 하나에는 한마리도 안 보이고, 비실비실 다 죽어가는 고추나무에만 몰려 있더라.
아무튼 다시 등각류 얘기를 하자면 땅 위에다가 고양이 사료를 하나 올려두면 톡토기들은 아무리 달려들어도 다 먹는데에 일주일 보다도 훨씬 넘게 걸리지만, 등각류는 반나절이면 사라져있다. 등각류 크기가 큰 만큼 잘 먹는다는 것이다.
그 등각류들이 나뭇가지나 등등 여러가지 것들을 먹고 똥을 싸서 흙에 영양소를 공급하긴 하겠지만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냥 분해자로는 지렁이와 톡토기가 짱인 것 같다.
특히 톡토기가 최고다. 큰 통에서도 그렇고 작은 화분에서도 톡토기는 잘 생존하고 잘 먹고 잘 번식하고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등각류는 현재 내가 보기에 퇴치해야 할 정도는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필요한 존재도 아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은 등각류가 많으면 다른 해충 같은 생물은 번성하긴 어려울 것 같긴 하다.
땅 위에 먹을만한 것은 다 등각류들이 먹을 것이고, 어떤 곤충이든 조금만 약해진 것 같으면 등각류들이 바로 달려들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일즈 응애 같은 포식 응애까지 키우면 땅 위고 땅 속이고 수를 엄청나게 불릴 수 있는 해충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한쪽 길이가 60cm정도 되는 큰 리빙박스에 흙을 담아서 식물과 등각류를 같이 키우면 등각류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긴 하다. 톡토기들도 잘 보면 땅 위에서 잘 돌아다니긴 한다.
하지만 확실히 보는 재미가 다르다. 톡토기들은 흰 점 같은 애들이 뽈뽈 돌아다니는 느낌이면 등각류들은 눈과 더듬이가 확실하게 보이니까.
또 번식을 해서 귀여운 새끼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그것도 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짝짓기 하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는데 엄청나게 오랜 시간동안 격정적(?)으로 한다.
등각류 그건 있다.
지렁이는 땅속이라면 등각류는 땅위를 엄청 헤집어놓는다.
평탄화라고 할까?
나름 강점일듯.
니기기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