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로 친환경 농사의 원리를 배우다. (뇌피셜)

나는 아직 농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냥 내 뇌피셜일 뿐이다. 어쨌든 내가 얻은 정보들을 통해서 내가 내린 결론들을 말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관행농업의 반대말이 뭔지 모르겠다. 대안농업? 무경운? 유기농? 친환경? 무농약? 무공해? 아무튼 나는 친환경이라고 표현하겠다.

밥을 일주일간 그냥 실온에 놔두면 쉬고 부패해서 먹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막걸리 누룩을 섞어주면 그 안의 효모와 효소들이 먼저 밥을 장악해버려서 다른 쉬고 부패하게 하는 균이 번성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일주일 이상을 기다리면 막걸리가 완성돼서 사람이 먹을 수 있게 된다.

친환경 농사의 원리도 똑같은 것 같다. 관행농업에서는 농약이든 뭐든 써서 무균, 무생물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불가능하고 그래서 결국 작물에 피해를 주는 균들이 번성하게 된다.

그러면 또 약을 쳐야 하거나 약으로 해결이 안 돼서 결국 연작 장해를 입게 된다. 유튜브에서 본 gcm농법을 개발하고 알리고 다니던 분의 말로는 연작 장해는 작물이 땅의 영양분을 다 먹어서가 아니고 그 작물을 좋아하는 균? 미생물이 너무 번성해서라고 한다.

친환경 농업이란 살균이나 무균이 아니고 기존에 존재하는 모든 균을 다 그대로 놔두고 이로운 균이 더 많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균 뿐만이 아니고 지렁이나 톡토기나 등각류나 응애까지도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응애가 있어도 다른 생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번성하지는 못하게 된다. 또한 농약을 치지 않으면 응애의 천적들도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그 땅은 균형이 이루어지게 된다. 깔끔하고 예쁜 작물을 얻기는 어렵겠지만 응애나 진딧물 같은게 비정상적으로 번성하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해충들이 번성할수도 있는거 아니냐고? 나도 상황에 따라 간혹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내 생각대로 될거라고 생각한다. 왜? 자연이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니까.

만약 자연의 순환 구조가 특정한 종 하나에 당할 정도로 호락호락했다면 이미 수천년전에 지구의 생명체는 다 멸종했겠지… (생각해보면 인간이 가장 문제네. 자연의 순환과 지속을 방해하는 1순위가 인간이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응애를 죽이려고 약을 치면 다른 균이나 생명체에도 피해를 입히게 되고 그러면 자연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농약을 버틴 응애와 같은 것들의 천국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해로운 것을 없애는게 아니고 인간에게 이로운 것을 더 번성시키는 쪽으로 가는게 친환경 농사인 것 같다.

그리고 앞에 말한 gcm농법도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계속 주기적으로 미생물을 배양해서 뿌려줘야 한다.

물론 친환경 농사도 계속 영양분을 채워줘야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 존재하던 것을 그대로 놔두고 이용하면서 추가로 영양분만 채워주는게 더 지속 가능한 농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 땅을 무균으로 만들어서 무균의 흙과 비료의 영양분 만으로 내가 키우고 싶은 작물을 키우겠다는 생각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또한 너무 인간중심적이고 자연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없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친환경 농업은 내가 키우고 싶은 작물이 클 수 있도록 영양을 주고, 크는데에 방해가 되는 주변의 풀 정도만 세력을 약하게 하거나 죽이는 것이다.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 게으르기 때문에 만약 관행농업이 더 편했고 장점이 많았다면 나는 관행농업을 추구했을 것이다. 또한 나는 엄청나게 개인주의이기 때문에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높은 효율을 뽑아내야만 하는데 그것을 충족하는게 친환경 농업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는 농사가 끝나면 풀이나 그런 것이 하나도 없이 밭에 오직 흙 밖에 없는게 성실한 농부의 증명?으로 여겨지는 것 같은데 난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집안 청소를 깨끗하게 한다거나 흰 색의 도화지에다 그림을 그리는 개념처럼 보인다.)

잘못이라기보다는 비효율적이다. 밭 위에 모든 것을 다 없애는 데에 불필요한 에너지와 농약 같은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연작 장해 같은 문제가 생기고 사람의 몸에도 해롭고 힘들다.

풀이 무성한 곳은 풀이 농사에 방해가 되긴 하겠지만 그것 이외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식물과 미생물과 생물들은 서로를 먹고 싸고 죽으면서 서로에게 영양분을 제공한다. 빛과 물만 주어지면 그 안에서 계속 순환한다는 것이다. (또한 잔디를 포함한 식물은 물의 증발을 막고, 생물들은 식물이 먹기에 좋도록 유기물을 분해하는 등의 특수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그 자연의 에너지와 특수 능력들을 하나도 이용하지 않는 것은 낭비가 아닐까? 그러니까 기계를 사용하듯이 기존 자연의 일꾼들을 활용해서 더 편하게 농사를 하자는 것이다. 풀을 잘라서 버리는게 아니고 그냥 위에 놔두면 그것이 양분이 되기도 하고 멀칭의 기능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농업의 걸림돌은 관행농업만을 추구하고 그것이 아니면 배척하고 공격하는 농부들의 편견도 있겠지만, 깨끗하고 흠 없는 농산물만을 원하는 구매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작고 흠이 있어도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닌가? 수확물이 적어서 돈을 덜 벌어도 에너지와 비용을 절약해서 순이익이 더 높거나 비슷하면 그게 더 좋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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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막걸리로 친환경 농사의 원리를 배우다. (뇌피셜)

  1. 가드너 says:

    농사가 끝난 토양을 손보는 것은 다음작물을 위한 토양개선에 있습니다. 식물이 자라난 토양은 소모한 무기질과 미생물들의 대사작용으로 생장에 저해가 되는 산성도를 갖게 됩니다. 산성도에 따라 토양속 미생물 종에 차이가 생기고 유익균의 발생을 병원성균이 잠식하게 되어 작물에 각종 질병이 생기며 해충의 발생차이도 생깁니다. 또한 농사가 아닌 농업은 이윤을 그 목표로 할 것입니다. 자연의 순환을 지켜본다면 6~7년정도가 걸립니다. 이 또한 인간이 개입해 최소한 거름과 유익균 배양액을 다량 토양에 흡수시켜 놓았을 때 가능합니다. 토지에 따라 10~14년정도로 순환을 보고 있습니다. 그 동안 농업관계 인프라는 축소되고 일자리를 잃게되며 축소된 인프라를 재건하는데 또 많은 인력과 시간 세금이 투입됩니다.

    • txtoon says:

      저도 점점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자연농을 추구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더 편하고 정말 실현 가능한 농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키우던 식물의 부산물만 멀칭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부엽토만을 채취하는 것도 뭔가 이기적인 행동 같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기존에 음식물 쓰레기나 퇴비나 그런 것들을 잘 소비하는게 더 자연을 위한 농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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